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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조지연 생태적 안정과 평화를 그리고 싶었다.

나는 언제어디서어떤 식으로 죽음이란 녀석을 맞이하게 될까?

눅눅하고 퀴퀴한 반지하의 작업실에서 망가진 붓들을 정리하던 중에서울의 삭막한 6인용 병실에서 링겔을 주렁주렁 매달고한 여름날 내 소유의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던 중 일사병으로?아니면 어느 철학자처럼 맛있는 저녁식사 후 푹신한 안락의자에서 곤히 잠들던 중에? (끔찍한 죽음의 모습들은 당연히 떠올리기 싫다.)

시쳇말로 영양가 없는 이러한 상상은 오히려 삶에 애착을 갖게 한다순간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기 때문이다자연에 마주서 허리 굽혀 감사의 인사를 하게 한다순간먼지가 되어 떠돌게 될 나의 육신이 서있는 바로 이 자리의 주변을 둘러본다문득 내 앞의 세상에 좀 더 친절해야 할 것 같다는 평화로운 다짐도 해본다.

햇빛이 들지 않는 열댓평 남짓의 4인용 작업실몇 십 년 만에 찾아 온 기록적인 한파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회색건물과 창이라고 하기엔 참 염치도 없는 쪽창문옆방에서 작업하는 어느 작가의 옴팡진 가래 뱉는 소리는 벽을 넘어오고화장실의 악취는 바닥을 공들여 닦아내도 사라지질 않았다. 2010년 가을과 겨울나에게 속해있던 풍경이었다.

여러 날을 쭈그리고 앉아 고심했다작업을 계속 할 수 있을까아마도 많은 내 또래 작가들의 별다를 것 없는 고민일 것이다제대로 팔린 그림도 변변치 않은 불혹을 넘긴 화가가족을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부정적인 감정들로 머릿속은 뒤엉켰고 우울은 시도 때도 없이 오르락내리락거렸다.

그런데 우연처럼 ‘땅의 봄 (캔버스에 단청, 97x130cm, 2010)’이 왔다봄의 땅 위로 꼬물거리며 힘차게 올라오는 새싹들처럼 ‘땅의 봄’을 시작으로 그 어떤 것들이 씩씩하게 뿜어져 나왔다‘나무는 행복했다(2010)‘하늘강(2010)‘돌고돌고돌고(2010)‘배롱나무 가지에는(2010)......등등.

단청안료를 아교에 섞으며바탕칠의 방식을 고민하며붓을 철퍽철퍽 씻으며그리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며 알게 된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과 레이첼 카슨의 용기를 교감하며...... 2010년 가을겨울을 그렇게 보냈다.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루나’라는 삼나무를 돈에 눈이 먼 목재회사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이 년간 나무 위에 머물며 고된 시간을 버텨 냈던 강인한 사람그 부드럽게 뿜어내는 강한 에너지의 파장이 머나먼 타국의 나에게도 맞닿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레이첼 카슨‘봄의 침묵’의 저자로 20세기 세상을 움직인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무분별하게 살포되는 화학 살충제의 심각성을 경고한 예언자로 그의 저서는 실로 놀랍다.환경오염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나와 가족의 현재와 미래에 소름이 끼쳤다.

우리는 알고 있다깨끗한 물과 건강한 흙의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사람은 나무와 숲과 강과 하늘과 길거리의 지친 고양이와 도시의 뚱뚱한 비둘기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인간을 제외한 그 모든 삶들에게 친절해야 한다우주의 구석구석을 진동시키는 그들의 따뜻한 메시지를 나의 그림들이 닮았으면 한다 

문화의 뿌리전통조심스레 다가가고 싶다.

유화를 그리던 나는 늘 마음의 허기를 느꼈다그 공허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민화탱화단청을 이리 저리 쫓아다니며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덕분에 단청 일거리도 생겼다단청으로 얻게 된 돈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단청은 흔히 알 듯 전통적인 목조 건축물에만 도채된 것은 아니다고분과 동굴의 벽화공예품조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었다태어나면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솔거가 황룡사 벽에 노송을 그렸는데 왕왕 새들이 날아와서 앉으려고 허둥대다가 떨어지곤 하였다후에 채색이 낡고 바래자 절의 스님이 단청으로 보수하였는데 그만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단청에 관련된 우리나라의 가장 이른 기록이라고 한다목조건축물의 단순한 문양도채를 벗어나 벽화의 개념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 얼마나 매혹적인 재료인가세월이 지날수록 그 색감은 더욱더 고고해진다.

‘내별을 끌어다 너에게 보여줄게(130x97cm, 캔버스에 단청, 2011)’에서는 ‘빛’이라 부르는 단청 채색기법이 보인다초빛이빛삼빛...... 서너 단계로 구분된 명도가 특별히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갸우뚱하기도 했다은연중에 영향을 받고 있었나 보다.

모르겠다단순히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 몇 가지를 적용했다는 것만으로 뿌리니 전통이니 운운하는 것은 좀 우스울 것 같다조심스레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그림 속의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문득 운주사의 못난이 돌부처들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모든 산들이 푸르게 되고모든 길 위에는 호랑이가 돌아다닐 수도 있고사람이 걸어 다닐 수도 있고어린애나 노인이나 농부나 제왕이나 누구나 걸어 다닐 수 있는생명체가 가는 모든 길에 성스럽게 비단이 깔리게 되는’ 바로 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듯한 운주사의 못난이 돌부처들 말이다나 역시 꿈꾸고 싶다이렇게 가슴 설레이는 세상을.

 

작가의 변/ 윤미선 

삶 속에서 겪어왔던 수많은 감정과 느낌들을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들을 통해 포괄적인 나를 찾고 그 이미지를 표현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내 안에 보이고들어와서 그 심정을 느낄 수 있다고 믿을 때 작업은 시작되고 대상과의 일말의 감정적 관계형성이 작업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서로 다른 모습 속에서 나와의 관계를 찾는 동시에 개인적인 느낌들을 인위적으로 대입하기 위해 ‘천’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수없이 조각나고 결합하는 행위를 통해 불완전한 감정을 쏟아냄과 함께 뒤엉켜있는 연민의 순간들을 하나의 평면적인 형태로 정리해나가고 있다.

이라는 재료는 내가 가장 자유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물감이기에 이 재료로 작업을 표현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다른 재료들이 지니지 못한 유동성색감다양성입체감들이 작업의 매 순간마다 육체적 부담과 동시에 커다란 만족감을 선사한다. 

이 작업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기 보다는 감춰지고 무의식화 하려고 했던 소외된 감정들 중에 다색적인 순간들을 들추어내고 그 수많은 조각들을 하나씩 연결해 나가면서 하나의 작업이 완성되는 그 시간만큼은 감정의 잔상들을 충실히 되새김질하려 하는 타인의 거죽을 빌린 내 자화상의 관한 기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SINZOW_「AND LIFE GOES ON

My work is deeply related to my life.

I got married in April this year, and started a new life in a different place.

So I have to meet different culture, different food, and different people.

My lifestyle is clearly different from the people around me.

Human lives are different but we should all coexist even if we don't understand others.

In this exhibition, I try to confront things I don't understand.

Paints are mixed at random, the next moment, colors appear that I could not expect.

How do I react?

What action does it cause?

The new color jumps out at me and leads me on an adventure,

I follow the color as it inspires my work.

A new possibility is born.

This is interesting.

My struggle with life is reflected in my art.

I know there is no correct answer.

Whatever happens, life goes on.